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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강의교수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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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교조 작성일15-10-12 12:20 조회2,0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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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교수문제 해결을 위한 대체입법의 원칙과 방향

 

 연구강의교수제 해설   (이상룡_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정책위원장)

 

1.

 

  우리나라에는 「대학설립·운영 규정」이란 게 있다. 말 그대로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함에 있어서 필요한 시설·교원 및 수익용 기본재산 등에 관한 규정이다.(제1조) 이 규정에 의하면 대학은 편제완성연도를 기준으로 한 계열별 학생정원을 교원 1인당 학생 수로 나눈 수의 교원을 확보하여야 한다.(제6조) 계열별 교원 1인당 학생 수의 기준은 인문·사회계열 25명, 자연과학, 공학, 예·체능계열 20명, 의학계열 8명이다.

  그런데 ‘2013년 4년제 대학 및 전문대학 교원현황’을 보면 전체 교직 중 전임교원은 7만 6380명으로 38.4%에 불과하고, 비전임교원은 12만 2644명으로 전체 교원의 61.6%다. 4년제 대학의 경우 41.1%가 전임교원이며, 비전임교원이 58.9%를 차지했다. 전문대학의 경우에는 전체 교원의 71.2%가 비전임교원이다.1) 비전임교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시간강사는 8만 1300명으로 전임교원보다 그 수가 더 많다. 대학은 전임교원의 빈 자리를 비전임교원들로 채워왔다. 시간강사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2.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을 시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이러한 원칙 하에서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간의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연구강의교수제를 제안한다. 대학 교원들간의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모든 대학이 법정 전임교원을 100% 확보하고 교원의 책임 시수를 주당 9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고등교육법」에 다음 조항을 신설할 것을 요구한다.

제14조의2

③ 대학의 장은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른 교원을 확보하여야 하되, 이때의 교원확보율에는 정년이 보장되는 트랙에 배치된 교수, 부교수, 조교수만 포함시킨다.

  1. 인문·사회계열: 학생 25명당 교원 1명

  2. 자연과학계열: 학생 20명당 교원 1명

  3. 공학계열: 학생 20명당 교원 1명

  4. 예·체능계열: 학생 20명당 교원 1명

  5. 의학계열: 학생 8명당 교원 1명

 

④ 교원(총장을 제외한다)의 교수시간은 매 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매주 9시간 이내로 한다.

 

 

  「대학설립·운영 규정」은 대학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최저 기준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이 규정에 미달하는 대학에 대한 제재가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등의 비전임교원을 교원확보율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2) 심지어 전임교원 확보율을 61%만 충족시키면 되는 권고적 규정까지 둠으로써 대학들이 이 규정을 준수하는가를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대학 교육의 부실을 부채질해 왔다.3)

  법정 전임교원을 100% 충원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대학들은 필요한 교수를 비정규직으로 채워왔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전임교원은 약 2배 정도 늘어났지만, 비전임교원은 4배 정도 증가하였다. 고등교육의 양적 확대는 전임교원이 아니라 비전임교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심지어 대학들은 전임교원들 사이에도 차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2003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까지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대학 신임교수 3명 중 1명(2012년 상반기 기준)은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차별적 처우를 받고 있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채용되고 있다.4) 2013년 법정 전임교원이 맡은 강의시간은 전체 강의시간의 52.2%에 불과하다. 나머지 47.8%는 비전임교원이 담당하는데,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강의전담교원,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등의 비전임교원이 22%를 담당하고 있고, 나머지는 시간강사가 맡고 있다.5)

  대학들은 전임교원의 빈자리에 시간강사를 부려먹는다. 이들은 6개월 이내의 초단기 계약을 맺으며, 평균 연봉은 650만 4천원이다. 4년제 대학의 전임교원인 교수, 부교수, 조교수의 평균 연봉은 각각 9,148만 4천원, 7,425만 9천원, 5,272만 9천원이다.6) 그런데도 대학들은 시간강사들에게 지급하는 이 정도의 비용도 아까워서 학생들의 법정 수업일수를 16주에서 15주로 줄이고, 졸업이수학점을 줄이고, 전임교원에게 책임시수 이상의 수업을 반강제적으로 떠맡긴다.

  시간강사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만 시달리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지만 강좌개설권이 없고, 교육과정 운영 회의에도 참여할 수 없다. 이들은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하지만 대학은 이와 관련된 지원을 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시간강사의 학문 연구는 공적인 행위가 아니라 시간강사 개인의 사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는 시간강사의 연구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그 과실만 따먹고 있다. 시간강사는 교수로 진입하기 위한 디딤돌이 아니라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덫이다. 시간강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비참한 비정규직이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기는커녕 부도덕한 집단이다.

  시간강사를 비롯한 대학 내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년이 보장되는 트랙에 배치된 교수, 부교수, 조교수만을 포함하는 법정 전임교원을 100% 충원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시간강사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설립·운영 규정」은 1996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기준은 교육부 정책연구와 미국 주립대 중위권 대학 수준 등을 고려해 결정된 것이다. 현재 OECD 교수 1인당 학생 수 평균은 15.6명이다. 교육부에서는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재학생 기준으로 발표를 하는데, 2014년 기준 29.8명이다. 초등학교는 14.9명, 고등학교는 13.7명이다.7) 교육부도 이게 부끄러운지 OECD에 초중등교육의 자료는 제출하지만 고등교육의 자료는 제출하지 않는다.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야 할 것이다. 특히 인문사회계열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현저하게 낮춰야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통폐합과 시간강사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을 것이다.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낮추는 것과 함께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 교원의 책임시수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보면 “교원(학교의 장을 제외한다)의 교수시간은 매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매주 9시간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다만, 학교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학칙으로 다르게 정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을 대학평가 지표에 넣으니 대학들에서는 전임교원에게 매주 9시간 이상씩 강의를 할 것을 종용한다. 2013년 전임교원 주당 수업시간은 9.3시간이다.8) 2014년 1학기의 경우 전임교원의 45,8%는 주당 9시간에서 14시간 수업을 하고 있다. 1시간에서 8시간을 수업하는 전임교원은 20.5%에 불과하다. 15시간 이상 수업을 하는 전임교원만도 19,2%다. 이 중에서 매주 21시간 이상 수업을 하는 전임교원도 2.7%다. 전임교원의 연구 환경과 교육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전임교원 확보와 마찬가지로 전임교원의 교수시간 역시 연구와 강의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런데도 현재 유예된 강사법에는 이와 관련한 어떠한 조항도, 규제도 없다. 강사법은 비정규직인 강사를 1년 계약으로 유지하는 방안만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강의교수제는 대통령령으로 되어 있는 전임교원 확보율과 전임교원 책임시수를 「고등교육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대학의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3.

 

  대학에 두는 모든 교원을 정규직으로 임용해야 할 것이지만,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기간임용제에 의해 교원의 임용 기간을 정하여 재임용하는 대학의 특수성도 있다. 대학 교육의 특성상 비정규직 교원이 한시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교원에 대한 처우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연구강의교수제는 정년 트랙 법정 전임교원을 제외한 모든 비전임교원을 ‘연구강의교수’9)로 통합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법」을 다음과 같이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제14조(교직원의 구분) ② 학교에 두는 교원은 제1항에 따른 총장이나 학장 외에 교수·부교수·조교수 및 강사로 구분한다.

→ 제14조(교직원의 구분) ② 학교에 두는 교원은 제1항에 따른 총장이나 학장 외에 교수·부교수·조교수 및 연구강의교수로 구분한다.

 

제15조(교직원의 임무) ② 교원은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되, 필요한 경우 학칙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지도, 학문연구 또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제5호에 따른 산학협력만을 전담할 수 있다.

→ 제15조(교직원의 임무) ② 교원은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한다.

 

제17조(겸임교원 등) 학교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4조제2항의 교원 외에 겸임교원 및 명예교수 등을 두어 교육이나 연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

→ 제17조(명예교수) 학교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4조제2항의 교원 외에 명예교수를 두어 교육이나 연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

 

 

  「고등교육법」 제14조에서 시간강사를 포함한 대학 내의 모든 비전임교원을 ‘연구강의교수’로 통합하고, 이들에게도 법적인 교원의 지위를 부여한다. 교원의 지위가 부여되면 이들도 교육 과정, 강좌 개설 등의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교육의 자주성이 보장될 것이다. 또한 임용과 재임용 절차가 개별 대학의 학칙이나 정관이 아니라 법률에 의해 보장받게 되어 신분상의 많은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교원의 지위가 부여되더라도 연구강의교수가 오직 교육·지도만을 전담하는 교원으로 설정된다면 연구와 관련한 직무가 여전히 무시되어 기존의 전임교원들 간의 차별이 온존될 가능성이 남는다.10) 그렇기 때문에 제15조를 개정하여 교수, 부교수, 조교수, 연구강의교수 등 모든 교원의 임무가 학생을 교육·지도함과 동시에 학문을 연구하는 일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연구강의교수의 연구 활동이 법적으로 인정될 것이고, 연구비, 연구 공간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해야 교원이면 마땅히 가져야 할 교육의 전문성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임교원과의 임금 격차를 줄일 법적인 근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강사에 대한 임금 차별의 핵심 논리에는 이들의 연구 활동에 대한 불인정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교육·지도와 학문 연구가 분리될 수 없는 일인데도 이를 억지로 분리하여 교육·지도만 담당하거나, 학문 연구만 담당하거나, 산학협력만을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대학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행위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제17조를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연구강의교수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할 경우 대학들이 연구강의교수가 아닌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풍선효과 때문이다. 2013년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와 대교협에서 전국의 교무처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강사법이 시행된다면 초빙교수나 겸임교수를 활용하겠다는 대학이 73.4%(58개 대학)이었고, 전임교원의 강의시수를 조정하겠다는 대학이 46.8%(37개 대학)로 나타났다.11) 이러한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교원을 모두 연구강의교수로 통합하여 법정 전임교원과 비슷한 수준의 법적인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처우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연구강의교수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연구강의교수제는 다음을 제안한다.

 

제14조의2(연구강의교수) ①연구강의교수는 「대학교원 자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교원 및 조교의 자격기준’에서 연구실적연수와 교육경력연수의 합계가 2년 이상인 사람 중에서 선발하고, 임용기간은 3년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

⑤ 대학의 장은 연구강의교수에 대한 평가 결과 점수가 소속 대학의 계열별 교원 평가 결과 평균점수의 100분의 80 이상일 경우에는 해당 연구강의교수와 재계약하여야 한다.

⑥ 연구강의교수의 보수는 기본급과 수당으로 하고,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연구강의교수에 대한 기본급과 연구실 확보 비용은 전액 정부가 지원한다. 단, 국·공립대학의 수당은 정부가 지급하고 사립대학의 수당은 각 대학이 지급한다.

 

 

  시간강사들은 2010년 교수신문의 설문조사에서 시간강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함(43.5%)을 꼽았고, 다음으로 경제적 문제(27.2%)와 교원이 아닌 신분문제(24.1%)를 꼽았다.12) 2011년 설문조사에서는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우선 주력해야 할 부분 1순위로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해 전임교원 대폭 충원’(39.2%)을 들었다. 다음으로 24.1%가 ‘강사 최저임금제도 도입’을 주장했다.13) 연구강의교수제는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시간강사들의 이러한 열망을 담고자 했다.

  대학은 그동안 인맥과 학맥에 의해 시간강사를 채용해 왔다. 그것도 6개월 이내의 계약제였다. 연구강의교수는 법적인 교원의 지위를 가지므로 그 임용과 재임용 절차를 대학의 학칙이나 정관이 아니라 법률로 정해야 한다. 계약 기간도 1년이 아니라 3년은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연구와 교육의 연속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연구강의교수는 비록 3년 단위 계약직이지만 횟수의 제한없이 재임용을 보장하므로 신분 보장과 고용 안정을 어느 정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소청심사권이 부여되면 고용 불안도 일정 정도 해소될 것이다.

  시간강사 문제의 해결은 단순히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는 데 그칠 수는 없으며 적정 처우에 관한 기준이 함께 설정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연구강의교수의 보수를 정부 또는 대학 어느 일방에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 연구강의교수제는 연구강의교수의 보수를 기본급과 수당으로 구성하되, 그 보수를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을 찾고, 그 비용을 국가와 대학이 함께 부담할 것을 제안한다. 대학의 공공성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지만,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질 경우 사용자, 즉 대학의 책임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들은 비용 문제 때문에 연구강의교수를 임용하지 않을 다양한 편법을 또 모색할 수도 있다. 이에 연구강의교수제는 연구강의교수의 기본급은 정부가 지급하고 수당은 대학이 지급하는 것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시간강사 문제의 책임을 정부와 대학이 공동으로 지고, 그 해결을 위해서도 공동 책임을 지우자는 것이다.

  이제 가장 논란이 되는 문제가 남았다. 유예된 강사법에서는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지만,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할 때에는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이를 두고 독소조항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강사법상의 강사건, 연구강의교수제의 연구강의교수건, 이들은 정규직 전임교원과 구별되는 비정규직이다. 이들에게 「교육공무원법」을 적용하게 되면 이들도 교육공무원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원칙적으로 매주 9시간씩 강의를 담당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강사도 교원이기 때문에 교원확보율에 포함되어야 하고 다른 교원과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매주 9시간(이상) 수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분이 논란이 되자 비록 철회하기는 했지만 이들에게 교육공무원의 지위까지 부여된다면 교육부의 입장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립대학들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이를 요구할 것이다. 누가 이를 막을 것이며, 이를 막을 명분은 무엇인가?

  만약 이들이 전임교원으로 간주된다면 정규직 전임교원에 비해 처우가 훨씬 낮은 비정규직 교원들도 이제 명색이 교육공무원이므로 이들을 임용한 대학은 정규직 전임교원이 아니라 비정규직 교육공무원을 임용했을 뿐인데도 순식간에 법정 전임교원 확보율을 100% 이상 확보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시간강사의 63.6%가 한 대학에서 담당하는 주당 강의시간이 3~6시간에 불과하므로 결국 대규모 시간강사들이 대학을 떠나야 할 것이다. 처음 강사법이 통과되었을 때 시간강사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이것이었고, 강사법이 유예된 가장 큰 이유도 이것이었다. 실제로 강사법이 논의되던 2010년부터 이미 시간강사들의 해고는 현실이 되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의 ‘2011년 이후 대학 교원별 강의담당 현황’ 자료에서 강사법이 처음 국회를 통과하기 전인 2011년 1학기와 2013년 1학기를 비교해 보면, 2013년 1학기 전체 강의시간 수는 2011년 1학기에 비해 1만3천56시간(1.2%) 증가했는데,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강의시간은 31.6%, 초빙교원의 강의시간은 82.3%, 강의전담교원과 겸임교원의 강의시간은 각각 19.5%, 11.6% 증가했다. 반면 시간강사의 강의시간은 16.5% 감소했다. 시간강사들이 주로 맡는 교양과목의 경우에는 초빙교원이 담당하는 강의시간이 153.6% 증가했고, 겸임교원 강의시간도 24.8% 증가했다. 반면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강의시간은 18.2% 감소했다.14) 강사법 통과 이후 대학들은 시간강사를 제외한 비전임교원들과 전임교원들의 강의 시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시간강사들의 강의시간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강의시간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그 시간만큼 시간강사가 강의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 계산하면 2011년 강사법 통과 이후 2만 명 정도의 시간강사가 강의를 잃었다. 2011년 강사법을 심의할 때 교과위 소속 권영진 의원(당시 한나라당)은 “학생들은 ‘반값 등록금’을 원한다. 예산도 한계가 있는 데 강사 모두를 정규직화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15) 당시 강사법이 시행되었더라면 적어도 1/3 이상의 시간강사들이 대학을 떠나야 하는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났을 것이다. 유예된 강사법이 시행된다면, 그리고 교육부가 주도하는 대학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더 많은 시간강사들이 대학에서 내쫓길 것이다.

  강사법과 대학구조조정 하에서 살아남은 강사들은 교원 지위를 부여받겠지만, 그래서 그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해고된 시간강사들은 무엇이 되는가? 강사에게 온전한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일부의 시간강사를 비정규직 교육공무원으로 만들기 위해 수만 명의 시간강사를 대학에서 내쫓아야 하는가? 매주 9시간(또는 그 이상)을 맡는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강사를 위해 나머지 시간강사를 대학을 떠나게 해야 하는가? 정규직 전임교원이 되는 길을 차단하고 평생 비정규직 강사로 학문 인생을 마치도록 만들어야 하는가?

  강사건 연구강의교수건 모두 가르치는 사람이며, 따라서 마땅히 교원의 지위가 부여되어야 하고, 「교육공무원법」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대학들이 법정 전임교원을 100% 확보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에게 「교육공무원법」을 적용할 경우 대학들이 정규직 전임교원으로 법정 전임교원을 충원하지 않아도 될 길을 열어주게 된다.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울 가능성이 너무 높은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이, 대학의 86.6%를 차지하는 사립대학들이 그동안 어떻게 대학을 운영해 왔는지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혹자는 현재 유예된 강사법을 수용해서 교원의 지위를 회복하고, 그 다음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그 다음 모든 교원의 책임 시수를 6시간으로 제한함으로써 강사의 일자리를 확보하자고 주장한다. 일이 그렇게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전임교원의 2/3 이상이 9시간 이상 강의를 하고 있다. 이들의 책임 시수를 6시간으로 한다는 것은 곧 4만 명 이상의 전임교원을 지금보다 추가로 더 뽑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일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과연 어느 정도의 시일이 필요할까? 책임 시수 6시간은 실현 가능한 일이고, 실현되어야 하는 일이지만, 우리의 현실을 보면 단시간 내에 현실화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 전에 이미 많은 강사들은 대학을 떠난 뒤다. 그들은 다시 대학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돌아온다면 언제 돌아올 것인가? 그때까지 어디에서 연구 활동을 지속할 것인가? 그동안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할 것인가?

  혹자는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육공무원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교육공무원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학문의 자유가 전혀 보장되지 않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강사법과 연구강의교수제 모두 강사 또는 연구강의교수의 임용과 교권 존중, 불체포 특권, 신분보장 등에 관해서는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의 조항들을 준용하게끔 하고 있다. 가령, 「교육공무원법」 제5조제1항(대학인사위원회), 제10조(임용의 원칙), 제10조의3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본문(채용의 제한), 제11조의2제2항·제3항(대학교원의 신규채용 등), 제23조(인사기록), 제23조의2(인사관리의 전자화), 제25조제2항(교수 등의 임용), 제26조(강사의 임용), 제43조(교권의 존중과 신분보장), 제47조제1항 단서(정년) 및 제48조(교원의 불체포특권),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 및 제69조(당연 퇴직) 등의 규정이 적용된다.

  연구강의교수제는 또한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 법은 “교원에 대한 예우와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보장을 강화함으로써 교원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교육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여기에는 제4조(교원의 불체포특권), 제6조(교원의 신분보장 등), 제9조(소청심사의 청구 등), 제11조(교원의 지위 향상을 위한 교섭·협의) 등의 조항들이 들어 있다. 물론 이 정도의 조항만으로 연구강의교수의 학문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학문의 자유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교육공무원법」은 적용되지 않으나 「교육공무원법」의 신분 보장과 관련한 조항들을 일정한 수준에서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더 필요한 조항이 있을 경우 추가하면 될 것이다. 교원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은 교육할 권리, 신분상의 권리, 재산상의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뜻하는데, 연구강의교수제는 이러한 권리를 비록 법정 전임교원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상당 부분 연구강의교수에게 부여하고 있다.

  대학의 시간강사들은 학자이자 교육자이며 학문후속세대들이다. 이들의 학문과 교육 역량을 사장시켜서도 안 되고, 이들이 정규직 전임교원이 되는 길을 막아서도 안 된다. 이들에게 교원의 지위가 마땅히 부여되어야 하지만, 이들의 삶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도록 세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시간강사는 그동안 교원이 아니었다. 대학의 노예였다. 그런데 노예 해방을 위해서 일부의 노예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하기 위해서 다른 일부의 노예를 대학에서 내치려고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고, 더 정치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교육공무원법」의 적용이 시간강사들의 대량해고를 낳지 않는다면, 이들이 전임교원이 되는 길을 가로막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들에게 물적 급부와 각종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여 공무원 복무규정을 준수할 여건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으로서도 이를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1) 유은혜 의원실 보도자료, ‘대학교원의 62%, 시간강사 포함한 비전임교원’, 2014.10.29.

2) 겸임교원과 초빙교원의 경우 교원확보율 산출시 일반대학은 정원의 1/5, 산업대학과 전문대학은 정원의 1/2 범위 내에서 주당 강의시수를 9시간으로 환산하여 교원에 포함시킬 수 있다.

3) 교육부는 대학기관인증평가를 하면서 61%를 최소요구 수준으로 잡고 있다.

4) 대학교육연구소, ��대교연 통계(기본) 6호��, 2013년 7월 5일.

5) 권형진, ‘2년새 시간강사 강의시간 17% 감소 … 비정년트랙은 32% 증가’, <교수신문>, 2014년 01월 13일.

6) 유은혜 의원실 보도자료, ‘대학교원의 62%, 시간강사 포함한 비전임교원’, 2014.10.29.

7) 교육부, ‘2014년 교육기본통계 주요내용’, 2014.8.

8) 한국교육개발원, ��2013 교육통계분석자료집��, 2013.12, 84쪽.

9) ‘연구강의교수’는 최상의 명칭이 아니다. 교수는 연구하고 강의하는 자이므로 동어반복이기도 하다. 더 적합한 명칭이 있으면 바꿀 것이지만, ‘강사’라는 명칭은 버려야 할 것이다. ‘강사’라는 말은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뜻을 직접적으로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고등교육법은 교원의 임무를 교육, 연구, 산학협력 등으로 나누고 있고, 그 중에서 강사를 교육을 담당하는 자로 보고 있는데, 연구강의교수제는 교원을 이런 식으로 나누는 것을 원천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에 ‘강사’라는 명칭은 더더욱 적합한 용어가 아니다. 참고로, 2011년 교수신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한 시간강사의 66.8%는 시간강사 명칭을 강사로 변경하는 안에 대해 반대했다. ‘강사’ 대신 ‘연구강의교수’로 변경하자는 주장에 대해 80.1%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10) 현재 많은 사립대에서 우후죽순처럼 임용하고 있는 ‘교육중점교원’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11) 김봉억, ‘구조조정 앞두고 강사문제 전향적 해결 어렵다’, <교수신문>, 2014년 01월 13일.

12) 김봉억, ‘시간강사 처우 및 실태 설문조사 주요 결과’, <교수신문>, 2010년 06월 30일.

13) 김봉억, ‘강사 명칭 부적절 … 연구강의교수로 하자 80.1%’, <교수신문>, 2011년 06월 06일.

14) 권형진, ‘2년새 시간강사 강의시간 17% 감소 … 비정년트랙은 32% 증가’, <교수신문>, 2014년 01월 13일.

15) 김봉억, ‘반값 등록금에 치인 시간강사 처우 <교수신문>, 2011년 09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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